"너는 한 곳에 못 붙어있겠다"는 말
대학 신입생 때 선배 따라 간 점집에서 처음 들었습니다. "역마살이 있네, 평생 움직일 운명이야." 당시엔 "설마 이사를 그렇게 자주 다니겠어?"라고 생각했는데, 지금 돌이켜보니 소름 돋게 맞았습니다.
10년간의 이동 기록
- 20살 - 부산 본가 → 서울 대학가 자취
- 22살 - 서울 → 교환학생으로 일본 1년
- 24살 - 복학 후 서울 내 다른 동네로 이사
- 26살 - 첫 직장 따라 경기도 광교
- 28살 - 이직하며 서울 성수동
- 31살 - 원격근무 시작하며 제주 이주
10년에 6번. 그 사이 출장으로 다녀온 해외만 11개국입니다. 친구들은 "너 도대체 집이 어디야?"라고 물을 정도였습니다.
역마살은 이사만이 아니었다
재미있는 건, 역마살은 이사뿐 아니라 직업과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입니다.
- 직업 - 한 회사에 3년 이상 붙어있기 어려웠습니다. 지루해져서가 아니라, 새로운 기회가 계속 눈에 들어왔습니다.
- 관계 - 오래된 친구보다 새로 만나는 사람에게 에너지가 쏠렸습니다. 나쁜 의미가 아니라, 익숙함보다 낯섦에 끌리는 성향이었습니다.
- 취미 - 하나를 깊게 파지 못하고 매번 바뀌었습니다. 기타, 그림, 요리, 등산, 러닝... 1~2년 주기로.
단점일까 강점일까
20대 중반까지는 "나는 왜 이렇게 산만할까"라고 자책했습니다. "남들은 한 우물 파서 성공하는데 나는 계속 옮겨 다니기만 하네"라고요. 30대에 들어서며 관점이 바뀌었습니다. 제가 쌓은 다양한 경험과 인맥이 지금의 원격근무 라이프를 가능하게 했습니다. 역마살은 약점이 아니라 제 연료였던 거죠.
역마살 있는 분들에게
역마살이 있다고 들으셨다면, 억지로 한 곳에 붙어있으려 애쓰지 마세요. 그럴수록 답답해지고 성과가 안 납니다. 대신 이동을 자원화할 방법을 찾으세요. 출장 많은 직업, 현지 취재가 필요한 콘텐츠, 해외 관련 업무... 움직임이 경쟁력이 되는 길이 분명히 있습니다. 저는 역마살을 "집 없는 저주"에서 "기회의 표지판"으로 바라보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.